2015년 제7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감사의 말

2016.10.05

thanks letter.jpg

 

 

감사의 말

 

 

"삶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삶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로 살아진다."

서밋 개막 날 아침에 파란 하늘을 보다가 떠오른 문장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받은 환대의 경험, 호혜적 관계와 분위기,

그 기억들로 살아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환대의 주체는 꼭 엄마거나 선생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일수도 있고

‘맑은 가을하늘’일 수도 있고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친구 여우일 수도 있고

'늘 기댈 수 있는' 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이 환대의 장을 넓혀 가면 좋은 세상이 오리라고 믿고

청소년 센터를 만들고 대안학교와 시민 대학을 만들고

전국을 누비며, 때로는 지구를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잘 가고 있었던 걸까요?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놀러갔다가 죽었는데 왜 보상을 바라냐는 국민들을 보면서,

슬퍼하는 유족들 텐트에 가서 그만 징징대라고 화를 내는 청년들을 보면서

그간 시민적 환대의 영역은 넓혀지기보다 좁아지고 있었음을 절감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층은

자기 아이만이라도 돌보겠다며 아이들의 성숙을 막고 있고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은

비빌 언덕 하나 없는 황무지를 헤매고 있습니다.

급격한 노령화 저출산 사회이기에 더욱

사회적 환대 속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자포자기 하고 있습니다.

적대의 기운이 가득한 생존주의 사회에서

배움은, 그리고 삶의 기술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익혀질 수 있는 것일까요?

대학교 합격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도서관으로 직행해서

스펙을 쌓겠다고 ‘노오력’ 하는 불안한 청년들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을까요?

 

 

최근 시리아 난민들을 환대하는 독일 국민들을 보면서

유럽에 좀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밋에 오신 쇠렌 교장 선생님께 물었더니

덴마크에서는 최근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건

총리가 당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국민적 여론이 일자

1천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전격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가 난민을 거부하거나 수용하는 면에서 좌우 진영으로 나뉘고 있지만

분단을 극복하고 동서독 통일을 이루어낸 환대의 경험과 함께

후쿠시마 사태를 직시하면서 후대의 안녕을 위해 탈핵의 결정을 이루어냈고

100년을 내다보며 경제정책을 세워가는 독일은

환대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루어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불행 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동유럽 국가는 어떤가요?

시리아 난민 어린이와 아이를 안고 가던 아버지를 발로 차 넘어지게 한 헝가리 기자는 아이 어머니였습니다.

어떤 사회가 엄마인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들까요?

 

이런 비관적 상황에 우리가 모였습니다.

순진하게 배움의 기쁨을 말할 수 없기에

괴롭지만 혐오와 적대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안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적대, 악이 편재함,

협력과 학습이 불가능해진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애초에 해왔던 행위,

배움의 기쁨을 느끼고 삶의 기술을 익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3일 동안 다양하게 펼쳐진

포럼과 open chat, 그리고 워크숍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했습니다.

배움의 기쁨을 나누고

환대의 분위기에서 있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다시 환대의 장이 커지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지혜를 모아 계속 갈 것을 약속드리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15년 9월 20일 하자 주민 조한 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