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 1999년에 문을 연 하자센터 (공식명: 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는 초기부터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창의적 공공지대 (creative commons)’로 출발했습니다. 대량생산 패러다임의 입시 위주 교육에 반발하면서 제도권 학교를 탈출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그들이 마음 놓고 창의적인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문화작업장을 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마치 창의성이 입시교육에서처럼 주입하면 되는 것, 또는 훈련을 시키면 되는 어떤 능력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학원가에서는 학생들을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창의적 인재’로 키워준다며 대대적 홍보를 하는 한편, 정부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낼 거대 기구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창의성이란 것이 인위적으로 통제된 공간에서 키워지기는 힘든 것일 텐데 이런 문제적 접근을 하는 상황을 보면서 하자센터에서는 창의서밋을 열기로 했습니다. 2008년 예비 서밋의 주제를 “창의성 뭥미?,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잡은 것은 바로 그 이유였습니다.
 
  • 2008
  • “창의성은 꿈이고 이야기이다, 창의성은 문제발견과 해결의 능력이다, 창의성이란 만남이고 헌신이다, 창의성이란 신뢰의 관계이며 헌신이다”라는 네 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을 비롯해, 홍콩 현대문화원 대표 대니 융(Danny Yung)과 홍콩 창의성학교 설립자 애다 웡(Ada Wong), 모스크바 국제영화학교 설립자 알라 스테파노바 (Stepanova Alla)를 비롯 홍콩, 러시아, 한국의 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다양한 워크숍과 프로그램을 통해, 삶에서 키워진 각자의 창의력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 2009
  • 2009년 본격적인 첫 번째 서밋은 대대적인 초대 행사였습니다. 우리는 “창의성, 위기의 삶과 만나다”라는 화두로 창의성은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키워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근대적 학교들은 창의성에 적대적”이라는 주제의 연설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OECD CERI(Center for Educational Research & Innovation)의 책임연구원 데이비드 이스탄스(David Istance), 홍콩대학 문화정책연구소 소장 데스몬드 호이(Desmond Hui), 홍콩창의성학교의 디렉터 메이 펑(May Fung),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낸시 에이벌만(Nancy Abelmann), 모스크바 국제영화학교의 교사 올가 페그라다이안(Olga Fagradian), 핀란드 옴니아직업학교의 교장 유하-페카 사리넨(Juha-Pekka Saarinen), 네팔의 사회적기업 3Sisters Adventure Trekking의 비자야 체트리(Bijaya Chhetri)와 러키 체트리(Lucky Chhetri), 일본의 사회적기업 Center for Active Community의 대표 아쓰코 핫토리(Atsuko Hattori), 교토 랩의 대표 오카베 도모히코(Okabe Tomohiko), 소다테아게넷의 쿠도 케이(Kudo Kei), 아소봇의 이토 다케시(Ito Takeshi), ISL의 디렉터 이토 켄(Ito Ken) 등 국내외에서 창의적인 배움터와 일터를 만들어내고 마을을 풍요롭게 해내는 교사와 사회적기업가와 연구자들이 대거 모여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갔습니다.
 
  • 2010
  • 2010년 두 번째 서밋에서는 협력과 호혜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나흘간의 축제의 장을 펼쳤습니다. 덴마크 카오스필로츠 설립자 우페 엘벡(Uffe Flbaek), 네덜란드 노매즈 교장 피터 스핀더(Pieter Spinder), 캐나다의 대안학교 ‘경계없는 학교’를 설립한 크리스 강(Chris Kang), 일본의 생태평화 운동가 마사키 다카시(Takashi Masaki), 일본의 카페슬로 설립자 요시오카 아츠시(Atsushi Yoshioka) 등, 문명의 전환기에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새로운 삶터와 일터를 고민하는 분들을 초대하여, ‘지속가능한 창의성-나를 위한 놀이, 지역을 살리는 창의’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 2011
  • 사실상 시장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지속가능하게 재생산될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사례를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해집니다. 1990년대 이후 청년 인터넷 벤처붐이 일면서 ‘창의적인 인재’들이 큰 포부를 가지고 대거 활약을 해왔지만, 그 성과는 미비합니다. 이어서 디자인 붐이 일어서 또 한 차례 ‘창의’라는 단어가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함께 가는 주술적(magic) 단어로 떠올랐지만 당시 희망에 부풀었던 많은 디자이너들은 직장을 잃고 자기 골방으로 들어가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창의적 인재라는 자아 이미지를 가진 이들은 점점 외톨이 돈키호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가장 발랄하게 창의적인 활동을 할 나이인 십대 청소년들은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점점 더 심하게 입시경쟁에 묶여서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그간 일어난 것일까요? 왜 창의적 인재들이 ‘찌질’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2011년 3차 서밋에서는 다시 홍콩창의력학교와 접속했습니다. 홍콩당대문화원 대표 에이다 웡(Ada Wong)을 키노트 스피커로 모셨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를 말보다는 보여주기에 집중하는 자리로 마련하고자 했고 그런 의미에서 주제를 ‘상상, 행동, 전환’으로 잡았습니다. 한국에서 싹트는 다양한 창의적 움직임을 홍콩, 유럽, 미국 등지에서 온 예술가들과도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벌여갔던 것입니다.
 
  • 2012
  • 2012년 “자활의 환경, 자립의 기술”이라는 주제의 네 번째 서밋에서 우리는 창의성은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회적 존재일 때 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생태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창의력이라는 것이 시대적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며 개인적 문제이자 곧 사회구조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를 물으면서 근대 문명의 생태주의적 전환이 필요함을 선언한 것입니다. 발명가이자 비전력공방 대표인 후지무라 야스유키(Fujimura Yasuyuki) 선생을 초대한 것은 그 분이 바로 생태적 전망에서 다양한 유형무형의 발명을 해 오신 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2013
  • 5회를 맞는 2013년에는 향후 몇 년을 이어갈 대주제가 정해졌습니다. 바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입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면 할수록 창의성이 줄어드는 고도관리 사회이지만 제대로 숨을 고르면서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분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 서밋에서는 지속가능한 삶의 현장을 만들어가는 주체들이 서로 엮이고 새로운 행동을 구체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개막 강연자 로는 1990년대부터 ‘큰 구상, 작은 학교 Big Picture, Small School 운동’을 벌여온 교육 운동가이자 주 3일을 지역사회에서 자기 길찾기 공부를 하게 했던 메트스쿨 설립자 데니스 리키(Dennis Littky)가 초대되었습니다. 그는 서밋에서 나이 상관없이 한데 모여서 창의적인 삶을 살고 배우는 칼리지 언바운드(college unbound)라는 새로운 학교를 소개해 주었죠. ‘학교 안팎의 학습’에 대해 꾸준히 작업을 해온 문화인류학자 수잔 블룸(Susan Blum) 교수도 초대했는데, 그는 자기 계발과 자기 관리를 주창하는 신자유주의적 동기화가 아닌 삶의 동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학은 무엇이며 학교라는 것 자체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력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 2014
  •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를 모색하는 두 번째 장으로 부제는 ‘다시 배움과 희망에 대하여’였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대주제 하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누출사고,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등 생명과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사회’ 속 청소년을 위한 교육적 대안들을 논의해 보았습니다. 메인 게스트로는 직업이나 일도 없고 혼자, 혹은 가족 외에는 다른 어떤 인간관계도 맺지 않는 20~59세 사이의 미혼 인구를 일컫는 ‘SNEP(스넵): Solitary Non-Employed Pers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해 준 일본의 노동경제학자 겐다 유지 교수(도쿄대), <변경에서 바라본 근대> <봉인된 디아스포라> 등 수 권의 저서가 국내 출간된 저명한 학자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호주국립대), 덴마크의 혁신 교육사례로 꼽히는 세계시민대학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쇠렌 라운비에르 교장 등이 내한했습니다.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는 포럼, 대담, 강연 등으로 짜여진 ‘재난사회의 교육’ ‘쉼표가 있는 교육’ 등 2개 메인 섹션을 중심으로 워크숍, 마을장터, 나눔부엌 등 만남과 쉼이 있는 ‘어울림 축제’ 섹션까지 총 3개 섹션, 20개 프로그램으로 풍성하게 진행되었습니다.
 
  • 2015
  • 제7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라는 대주제는 이어졌습니다. 이번 해의 부제는 ‘배움의 기쁨, 삶의 기술’로 지난해의 부제였던 ‘다시 배움과 희망에 대하여’와 연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맥락을 부각시켜, 파국으로 치닫는 문명에 짓눌리지 않는 지혜와 용기를 탐색해보았습니다. 개막 대담에서는 <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구마시로 도루, <단속사회> 저자인 문화학자 엄기호 박사, <그렇다면 정상입니다>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하지현 박사가 함께 참여하여 ‘생존주의 사회의 교육 : 만능감과 패배감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오디세이 학교, 꿈의 학교 등의 사례를 공유하며 생애의 의미있는 전환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환학교 포럼’, 덴마크 IPC 교장인 쇠렌 라운비에르와 도쿄 NPO법인 문화학습협동네트워크의 사토 신이치로 대표 등이 참여한 ‘시민대학 포럼’, 비전화공방 대표 후지무라 야유스키 선생과 함께한 ‘살림포럼’, 한국과 홍콩, 일본의 청소년과 교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대 교육 포럼’ 등이 열렸습니다. 이외에도 오픈챗, 워크숍, 서밋트립, 부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